다섯 번째 세계유산이다. 경남과 경북, 전북이 7개소의 가야고분군에 담긴 탁월성과 역사성, 진정성을 검증받아 연속유산으로 일군 쾌거이다. 가야의 불모지 전북에서 가야를 세계유산에 등재시킬 수 있도록 격려와 성원을 보내준 전북도민들의 전북가야 사랑에 큰 경의를 표한다.

1980년대 초 고고학을 시작한 필자는 전북 동부에도 가야가 있다는 것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 40여 년의 시간을 보냈다. 사실 고고학자의 로망은 발굴조사이다. 전북가야의 실체를 발굴 자료로 알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행정 당국의 관심은 차가웠다. 그렇지만 좌절하지 않고 배낭을 메고 잠꾸러기 가야 유적을 찾아 산하를 누벼 전북가야의 족보를 만들었다.

가야사 국정과제가 한창일 때 흥미로운 빅 데이터가 언론에 보도되었다. 가야 유물은 영남 지방에 거의 다 있는데, 가야 유적은 전북 동부에 모여 있다는 것이다. 무슨 내용일까? 1970년대부터 영남에서는 가야 사랑과 지원으로 발굴조사를 시작하여 가야 유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지만, 전북은 봉화 및 산성, 제철유적 등 가야계 유적이 차고 넘친다는 것이다.

전북 동부에서 그 실체를 드러낸 가야문화유산은 다양하고 풍성하다. 엄밀히 표현하면 지붕 없는 가야 야외 박물관이다. 가야 정치체의 지배자 무덤으로 알려진 가야 고총 420여 기와 철통같이 가야를 지켜준 120여 개소의 가야 봉화가 대표적이다. 여기에 가야토기가 나온 장수 명덕리 대적골 제철유적을 중심으로 300여 개소의 제철유적도 빼 놓을 수 없다.

우리 국민들에게 가야는 철의 왕국으로 각인되어 있다. 가야의 심장 영남에서 발굴 자료에 근거를 두고 내린 결론이다. 다행히 장수 명덕리 대적골 제철유적에서 가야토기가 나와 가야에 의한 철산개발이 확증되었고, 장수가야 고총에서 나온 단야구는 철의 가공도 뒷받침한다. 전북 동부의 제철유적과 영남의 철기유물이 만나야 하는 이유이다.

전북 동부에 기반을 둔 가야 정치체는 역동성과 다양성, 국제성으로 상징된다.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중국, 일본 등 동북아를 아우르는 천하제일의 유물을 전북가야가 대부분 모았다. 세계유산 등재 심사를 받는 과정에 전북가야가 외국에서 온 전문가들을 매료시켰다. 만약 전북을 중심으로 전략을 세운다면 세계유산에 등재될 것 같다는 덕담도 아끼지 않았다.

장수 가야고분군도 확장등재가 추진되어야 한다. 백두대간 서쪽 유일한 가야 정치체로 가야의 영역을 금강 유역으로까지 넓혔고, 세계유산 가야고분군의 완전성과 진정성도 대부분 충족시켰다. 장수 가야고분군이 확장등재 될 때까지 전북가야의 탁월성을 꼭 기억하였으면 한다. 가야고분군 세계유산 등재를 계기로 영호남 화해와 화합의 기폭제가 꼭 마련되었으면 한다.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이 세계적인 브랜드 다시 태어났다. 가야고분군이 세계유산에 등재되기까지 송하진 전 지사님과 이환주 전 시장님의 가야 사랑을 잊을 수 없다. 전북도민의 성원과 행정당국의 지원, 학자들의 격려에 큰 감사를 드린다. 아직 전북에만 없는 가야박물관과 가야테마파크를 건립하여 전북을 찾는 세계인들을 맞이할 준비가 시작되었으면 한다.

/이종근 기자

출처 : 새전북신문 http://sjbnews.com/news/news.php?number=7926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