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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해양소식]인력난 해결해야…호황 뒤 조선업의 그림자[K-조선의 힘!③]
작성자 : 조선해양공학과 전화번호 : 063-469-1851 작성일 : 2023-08-17 조회수 : 177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전경. 사진=한화오션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전경. 사진=한화오션>

10년 만에 찾아온 호황에도 국내 조선사들은 마냥 웃을 수가 없다. 수주 계약은 따냈지만 정작 배를 만들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 현장에서는 이대로라면 추가 수주는커녕 건조 중인 선박들의 납기조차 못 맞출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생산인력에 업무 부담이 가중되며 이탈하는 사람도 점점 늘어나는 악순환의 조짐도 보인다.

 

거제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는 2022년 거제 양대 조선사와 사업체 노동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보고서를 통해 “조선소를 이탈한 노동자 10명 중 7명은 조선소로 복귀할 의사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생산직의 신규 인력 유입도 점차 줄어들고 있다. 특히 현장인력 양성의 중심이 되는 전문대학의 규모와 수가 빠르게 감소 중이다. 2016년 14개 대학 17개 학과였던 조선해양 관련 전문대학의 수가 2022년엔 3개 대학 5개 학과로 급격히 줄었다.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가 올해 상반기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조선산업 종사자 수는 2014년 20만 명에서 2022년 11월 9.5만 명으로 50% 이상 줄어들었다. 산업의 장기 불황과 대규모 구조조정을 거치며 10만이 넘는 인력이 이탈했다. 협회 측은 연간 1000만 GCT에 달하는 국내 적정 생산량을 감안, 약 1만2000명 이상의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추정했다.

 

하청 위주 고용, 박봉에 등 돌린 숙련공들

 

현장 노동자들은 “터질 게 터졌다”라는 분위기다. 조선업계가 암흑기를 거치며 쌓아온 현장의 문제가 암흑기를 벗어나자마자 수면 위로 드러났다는 것.

 

HD현대중공업소속 생산직 노동자 A씨는 “숙련공 부족으로 건조 작업이 계속 밀리고 있다”라며 “작업장당 공정이 평균 컨테이너선 한 척 분량씩은 밀려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숙련공 이탈이 작업 환경 때문은 아니다. 작업 환경 자체는 과거에 비해 개선됐다. 국내 조선사들은 혹서기 동안 직원들의 점심 휴식시간을 30분 더 연장하고, 오후 3시쯤엔 아이스크림도 제공한다. 비가 많이 오는 날엔 옥외근로자들에게 전면 휴식을 부여하기도 하는 등 업무 환경을 점차 개선해나가고 있다.

 

 

선박 제작 공정 중 용접 장면. 사진=HD한국조선해양

문제는 임금이다. A씨는 “구조조정 당시 이탈한 용접 기술자 등 숙련공들이 전부 육상 작업장으로 흘러들어갔다”라고 말한다. 선박 건조보다 더 쉽고 안전하면서 보수까지 많이 주는 현장이 많다는 것.

 

노동자들은 특히 ‘하도급 업체의 박봉’을 최우선 해결사항으로 여긴다. 하도급 노동자들은 최저임금 수준의 보수를 받으며, 연차가 쌓여 숙련공이 되더라도 처우는 별반 다를 게 없다는 게 그들의 주장이다.

 

전남도의회 최병용 의원은 14일 전남 전략산업국 업무보고에서 “조선업 인력난의 근본적 원인은 조선업의 기형적인 구조와 열악한 근무환경 때문이다”며 “하청과 재하청으로 이어지는 산업구조는 필연적으로 임금과 업무강도 등 근무 여건의 차이로 이어지게 돼 있다”라고 말했다.

 

일례로 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에서 공개한 임금명세서를 보면, 2018년 하청 업체에 입사한 5년차 용접노동자의 2022년 1월 실수령액은 근로일 20일 기준 200만원. 시급은 1만원이 조금 넘는다. 노동 강도에 비하면 적은 임금이다.

 

 

하청업체 5년차 용접 노동자의 임금명세서. 사진=거제통영고성조선하청지회

원청업체 관계자는 “2014년 이후 조선업이 장기불황에 빠지며 원청 현장 노동자는 거의 선발하지 않았고, 현재 현장 노동자는 대부분 하청 노동자가 차지한다”며 “하청 노동자의 임금문제는 해당 업체의 소관이기에 원청에서 파악·관리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선을 그었다.

 

하청 노동자들은 원청에서 정규직 근로자 채용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거제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는 “원청 노동자가 고령화되며 해마다 정년퇴직자가 200~300명씩 나온다”고 말한다. 그들은 원청 노동자의 신규채용·정규직 전환으로 숙련공 양성 문제와 하청 노동자 이탈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외국인 노동인력 충원, 인력난 해결책 될까

 

정부와 조선업계는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 노동자 확대에 나서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지난 7월 10일 전남 영암 현대삼호중공업 조선소를 방문해 “지난해 외국인 숙련기능인력 쿼터가 2000명이었는데, 올해 3만5000명으로 17배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화오션은 22일 베트남 산업무역부와 ‘베트남 인력 양성과 채용 등을 위한 포괄적 협력사업’을 위한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오히려 외국인 노동 인력 확대로 인한 부작용이 만만치 않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들은 특히 “안전히 중요한 조선소에서 의사소통 문제는 치명적”이라고 말한다.

 

외국인 노동자를 바로 현장에 투입하기 힘들단 점도 문제다. 외국인 인력을 해외 조선소 경력직 위주로 뽑지만, 국내 조선소와 작업 방식 차이가 있어 재교육을 거쳐야 한다는 것.

 

A씨는 “현대중공업에서 작업하던 사람도 한화오션에서 바로 일하지는 못 한다”며 “국내 조선소 사이에서도 공정 차이가 있는데, 하물며 외국과 국내의 차이는 말할 것도 없다”고 말한다.

 

외국인 노동자의 열악한 처우도 화두에 올랐다. 현재 국내 조선소로 유입되는 외국인 노동자의 상당수는 E-7 비자(전문취업인력)로 입국했다. E-7 비자를 발급받기 위해서는 취업 희망 분야에 5년 이상의 경력 혹은 학위나 자격증이 있어야 한다. 어딜 가도 대우받을 수 있는 전문인력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현대중공업 하청업체에서 용접공으로 일하는 E-7 비자 노동자의 2023년 6월 급여명세서를 보면, 기본시간 196시간 외에 연장근로시간 111시간, 휴일근로시간 48시간, 연차시간 8시간을 일해 308만원을 실수령 했다. 기본급은 188만원에 불과하다.

 

 

E-7 비자 외국인노동자의 임금명세서. 사진=거제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E-7 인력에게는 전년도 국민총소득(GNI)의 80%에 해당하는 임금(월 270만원)을 보장해주어야 한다. 거제시비정규직노동자지원센터 관계자는 “E-7 노동자와 계약한 업체들은 기본급을 최저시급으로 고정하고 나머지 의무 지급 금액을 초과근로수당으로 대체한다”며 외국인 노동자들이 정당한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조선소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현대삼호중공업의 경우 사내 협력사 9400여명중 외국인 노동자가 약 2700명으로 약 28%를 차지하고 있다. 현장 관계자들은 늦기 전에 외국인 노동자의 저임금 고착화 문제와 산재 위험 증가 문제, 언어·문화 적응 문제 등이 먼저 해결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K-조선 미래 경쟁력, 인력난 해결에 달려

 

외국인 노동력 확대 외에도 다양한 해결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옴에 따라 정부와 지자체, 조선업체도 서서히 대책 마련에 힘쓰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은 지난해 7월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하청노조 파업 사태에 대해 “원청·하청간 불합리가 있다는 점에 대해서 잘 알고 있으며, 하청 노동자들에게 큰 부담이 전가됐다는 것을 저도 공감했다”라고 말하며 하청 노동 환경 개선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한동훈 법무부장관이 지난 7월 10일 HD현대삼호중공업 영암조선소를 방문해 조선업 지원상황을 현장 점검했다. 사진=법무부

김종갑 전남도 전략산업국장은 "최근 조선업체 대표들과 간담회를 통해 하청업체 근무 여건 개선에 대해 논의했다"며 "앞으로 하청업체 근무 여건을 점검하면서 조선업 중흥과 지역경제 발전을 이끌겠다"고 지난달 밝히기도 했다.

 

또한 정부와 업계는 외국인 노동자 확대에 따른 부작용도 인지하고 해결하고자 노력 중이다.

 

울산 동구청은 지난달 24일 고용노동부와 함께 ‘울산 동구 외국인 노동자 지원협의체’회의를 열고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이미지 개선 방안과 외국인 노동자의 일과 후·주말 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문화‧체육시설을 활용하는 방안 등을 논의했다.

 

현대삼호중공업은 한동훈 장관에게 외국인 노동자 대상 한국어 교육 지원을 요청하는 등 외국인 노동 인력 확대의 부작용을 해결하려고 하는 한편, 용접 협동 기계를 확충하는 등 숙련공 대체 방안도 마련하고 있다.

 

10년 만에 찾아온 조선업계 호황. 친환경 선박 열풍으로 당분간 호황이 계속될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인력난 해결 여부가 향후 세계 시장에서 K-조선의 경쟁력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출처 : 이코노믹리뷰(https://www.econov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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